아침부터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립니다. 언제나처럼 크고 다급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제가 비자를 얻고 있는 회사의 롼 사장에게서 걸려온 전화입니다.

 

급하고 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받은 전화는 정신을 조금 가다듬고 나니 마치 지나간 옛 시간들이 떠오르게 해줍니다. 과거 강제 출국령이 떨어졌던 적도 있고, 또 한번은 가족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고 공항으로 갔는데 서류상의 문제로 탑승이 금지되고, 저희 부부와 아이들이 반반으로 나뉘어 비행기 이륙 시간이 임박한 상태에서 공항 안과 밖에서 뿔쁠이 흩어진 채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르게 합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마치 월남 패망시 이산가족 흩어지던 모습 같았다고 할까요?

 

 

롼 사장의 요청은 당장 사진을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출입국사무소에서 저의 노동허가서와 거주증 만드는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번에 제출했는데 분실되었는지 다시 제출해야 했습니다. 워낙 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 오토바이를 챙길 틈도 없이 택시를 불러 내달렸습니다.

 

그동안 잘 나오던 2년짜리 노동허가서와 거주증이 올 해는 예상치 않게 5개월짜리 단기 비자로 대체되었다가, 결국 이번에 다시 2년짜리 거주증이 나왔습니다. 안정적이 되면 보통 2년 마다 갱신하게 됩니다.

 

올 봄에 신청할 때 걸린 두 달, 다시 신청할 때의 두 달. 2년 체류 연장 허가를 위해서 서류를 제출하고 기다린 시간만 총 4개월입니다. 그러나 기다림과 인내에 저도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다만 이 기간에는 비행기 타고 이동할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왜냐하면 여권을 제출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롼 사장이 기다린 곳은 시내 쪽에 가까운 곳인데, 오래 전에는 자주 지나가던 곳이지만 이제는 하노이가 넓어지면서 제가 그다지 잘 가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끝내고 나니, 요란스럽고 떠들썩한 사람들의 목소리, 거리에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수많은 오토바이와 자동차 행렬 등…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은 진작 잠에서 깨어난 나라가 맞습니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Write a comment:

*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Copyright©2017 Sydney Korean Presbyterian
시드니한인장로교회 All rights reservedChurch